40년 만에(맞나?) 서울에 폭설이 내린 날
두 요정(?)은 그냥 보낼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종묘에서 만났다.
그리고 눈 속에서 참~ 많이도 행복해했다.
종묘 입구- 이때가 4시가 좀 넘어섰을 때다.
내가 먼저 표를 끊고 함께 들어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또 눈이 오려는지 하늘빛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까치들이 날개를 파닥거리며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옮겨 다닌다.
새해와 까치는 길상 아닌가? 지금은 까치가 흉조라고?
사람은 너무 사람의 시각으로만 모든 걸 판단하고 결정 짓는다.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안으로 들어서면서부터 탄성이 나온다.
와~~~~~~~~~~~~~~~
오늘 같은 날 어찌 궁에 아니올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 마음에 소복소복 기쁨이, 행복이, 사랑이 저만큼씩 쌓여있으면 좋겠다.
나무마다 표정이 다르지만 활활 타오르듯 가지를 시원하게 벋은 저 나무는 무슨 나무?
오늘은 나무 이름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대문 안으로 들여다 보이는 풍경이 나는 좋다.
나뭇가지가 지붕을 살펴주고 있는 듯..
나비쿠스 신났다.
풀피리 언니도 너무 좋아한다.
갈색 잎새 위에 쌓인 눈을 참 신기해하던 언니를 위해 단풍나무를 잡았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또 새롭다.
침엽수 위에 쌓인 눈은 이국적이다.
각자 전화를 가지고 사는 세상에 공중전화는 또 새롭다.
누구에게 전화를 걸까? 줄 서서 전화를 걸던 시대가 있었는데...
두 요정이 눈 위에 누워 사진을 박는다.
그러고는 창경궁이 떠나가라 웃는다. 신난다.
종묘가 아닌 것이 다행이다.
조상님들이 따라 웃으신다.
나무 뒤로, 궁궐 뒤로 보이는 하늘빛이 예술이다.
이 추운 겨울날 두 나무가 손을 마주잡고 서로의 온기를 나눈다.
정전 마당에 품계석도 눈 속에 잠겨있다.
그 앞에 서 계시던 충성스런 신하들은 어디로 갔나.
도시 한복판에 저런 넓은 정원을 가진 궁궐이 있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다.
그저 사는 데 바빠 들여다 볼 여가가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지만..
저 뒤로 보이는 남산타워의 뾰족함은 하늘로하늘로, 과녁의 동그라미는 아래로아래로를 외치는 듯하다.
도시 한복판 직선과 곡선이,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한 공간에서 부대끼고 살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사람들은 표현하고 싶어한다. 그것은 본능이다.
잡상들도 눈 속에서 겨울을 견디고 있다.
겨울 해는 금세 어두운 색을 풀어 놓는다.
저 금천교를 건너면 속세다.
하루중 몇 시간 궁궐에서 두 요정이 신나게 설경 속에서 노닐었다.
궁궐을 나서서 눈 쌓인 거리의 불빛을 만나다.
행복한 두 요정의 궁궐을 쏘다닌 이야기는 여기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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