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추장의 편지 | | | 17기 소금쟁이 |
2010.06.14 14:32 |
1850년, 미국 정부는 서부의 인디언 연맹에게서 강제로 땅을 구입하려했다.
이 움직임에 대응하여 스쿼미시(Suquamish)족의 추장이던 시애틀(Seatle)씨는
미국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프랭클린 피어스(Franklin Pierce)는
이 편지에 감동한 나머지 추장이 다스리는 지역을 시애틀로 부르도록 지시했다.
오늘날 미국 북서부에 위치한 워싱턴주의 주도 시애틀(Seatle)의 이름은 이렇게 붙여진 것이다.
시애틀의 편지는 오랫동안 여러 사람들에 의해 다듬어지고 재해석되었다.
최신버전은 단순한 편지라기보다는 예술적인 시(詩)에 가깝다
우리는 모두 형제들이다
워싱턴 대추장 (미국 대통령) 이 우리 땅을 사고 싶다는 전갈을 보내 왔다.
대추장은 우정과 선의의 말도 함께 보내 왔다.
그가 답례로 우리의 우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므로 이는 그로서는 불친절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대들의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해 볼 것이다.
우리가 땅을 팔지 않으면 백인이 총대를 들고 와서 우리의 땅을 빼앗을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대들은 어떻게 저 하늘이나 땅의 온기를 사고 팔 수 있는가?
우리로서는 이상한 생각이다.
공기의 신선함과 반짝이는 물을 우리가 소유하고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그대들에게 팔 수 있다는 말인가 ?
우리에게는 이 땅의 모든 부분이 거룩하다.
빛나는 솔잎, 모래 기슭, 어두운 숲 속 안개, 맑게 노래하는 온갖 벌레들,
이 모두가 우리의 기억과 경험 속에서는 신성한 것들이다.
나무 속에 흐르는 수액은 우리 홍인(紅人, 황인종)의 기억을 실어 나른다.
백인들은 죽어서 별들 사이를 거닐 적에 그들이 태어난 곳을 망각해 버리지만,
우리가 죽어서도 이 아름다운 땅을 결코 잊지 못하는 것은
이것이 바로 우리 홍인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땅의 한 부분이고 땅은 우리의 한 부분이다.
향기로운 꽃은 우리의 자매이다.
사슴, 말, 큰 독수리, 이들은 우리의 형제들이다.
바위산 꼭대기, 풀의 수액, 조랑말과 인간의 체온 모두가 한 가족이다.
워싱턴의 대추장이 우리 땅을 사고 싶다는 전갈을 보내 온 것은
곧 우리의 거의 모든 것을 달라는 것과 같다.
대추장은 우리만 따로 편히 살 수 있도록 한 장소를 마련해 주겠다고 한다.
그는 우리의 아버지가 되고 우리는 그의 자식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땅을 사겠다는 그대들의 제안을 잘 고려해 보겠지만,
우리에게 있어 이 땅은 거룩한 것이기에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개울과 강을 흐르는 이 반짝이는 물은 그저 물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피다.
만약 우리가 이 땅을 팔 경우에는 이 땅이 거룩한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달라.
거룩할 뿐만 아니라, 호수의 맑은 물 속에 비추인 신령스러운 모습들 하나 하나가
우리네 삶의 일들과 기억들을 이야기해 주고 있음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물결의 속삭임은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가 내는 목소리이다.
강은 우리의 형제이고 우리의 갈증을 풀어 준다.
카누를 날라 주고 자식들을 길러 준다.
만약 우리가 땅을 팔게 되면 저 강들이 우리와 그대들의 형제임을 잊지 말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형제에게 하듯 강에게도 친절을 베풀어야 할 것이다.
아침 햇살 앞에서 산 안개가 달아나듯이 홍인은 백인 앞에서 언제나 뒤로 물러났지만
우리 조상들의 유골은 신성한 것이고 그들의 무덤은 거룩한 땅이다.
그러니 이 언덕, 이 나무, 이 땅덩어리는 우리에게 신성한 것이다.
백인은 우리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백인에게는 땅의 한 부분이 다른 부분과 똑같다.
그는 한 밤중에 와서는 필요한 것을 빼앗아 가는 이방인이기 때문이다.
땅은 그에게 형제가 아니라 적이며, 그것을 다 정복했을 때 그는 또 다른 곳으로 나아간다.
백인은 거리낌없이 아버지의 무덤을 내팽개치는가 하면 아이들에게서 땅을 빼앗고도 개의치 않는다.
아버지의 무덤과 아이들의 타고난 권리는 잊혀지고 만다.
백인은 어머니인 대지와 형제인 저 하늘을 마치 양이나 목걸이처럼
사고 약탈하고 팔 수 있는 것으로 대한다.
백인의 식욕은 땅을 삼켜 버리고 오직 사막만을 남겨 놓을 것이다.
모를 일이다. 우리의 방식은 그대들과 다르다. 그대들의 도시의 모습은 홍인의 눈에 고통을 준다.
백인의 도시에는 조용한 곳이 없다.
봄 잎새 날리는 소리나 벌레들의 날개 부딪치는 소리를 들을 곳이 없다.
홍인이 미개하고 무지하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도시의 소음은 귀를 모독하는 것만 같다.
쏙독새의 외로운 울음소리나 한밤중에 못가에서 들리는 개구리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면
삶에는 무엇이 남겠는가?
나는 홍인이라서 이해할 수가 없다.
인디언은 연못 위를 쏜살같이 달려가는 부드러운 바람소리와
한낮의 비에 씻긴 바람이 머금은 소나무 내음을 사랑한다.
만물이 숨결을 나누고 있음으로 공기는 홍인에게 소중한 것이다.
짐승들, 나무들, 그리고 인간은 같은 숨결을 나누고 산다.
백인은 자기가 숨쉬는 공기를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여러 날 동안 죽어 가고 있는 사람처럼 그는 악취에 무감각하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그대들에게 땅을 팔게 되더라도 우리에게 공기가 소중하고,
또한 공기는 그것이 지탱해 주는 온갖 생명과 영기(靈氣)를 나누어 갖는다는 사실을
그대들은 기억해야만 한다.
우리의 할아버지에게 첫 숨결을 베풀어준 바람은 그의 마지막 한숨도 받아 준다.
바람은 또한 우리의 아이들에게 생명의 기운을 준다.
우리가 우리 땅을 팔게 되더라도 그것을 잘 간수해서
백인들도 들꽃들이 향기로워진 바람을 맛볼 수 있는 신성한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땅을 사겠다는 그대들의 제안을 고려해 보겠다.
그러나 제의를 받아들일 경우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즉 이 땅의 짐승들을 형제처럼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미개인이니 달리 생각할 길이 없다.
나는 초원에서 썩어 가고 있는 수많은 물소를 본 일이 있는데 모두 달리는 기차에서
백인들이 총으로 쏘고는 그대로 내버려 둔 것들이었다.
연기를 뿜어내는 철마가 우리가 오직 생존을 위해서 죽이는 물소보다 어째서 더 소중한지를 모르는 것도 우리가 미개인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짐승들이 없는 세상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모든 짐승이 사라져 버린다면 인간은 영혼의 외로움으로 죽게 될 것이다.
짐승들에게 일어난 일은 인간들에게도 일어나게 마련이다.
만물은 서로 맺혀져 있다.
그대들은 아이들에게 그들이 딛고 선 땅이 우리 조상의 뼈라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그들이 땅을 존경할 수 있도록 그 땅이 우리 종족의 삶들로 충만해 있다고 말해 주라.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친 것을 그대들의 아이들에게도 가르치라.
땅은 우리 어머니라고. 땅 위에 닥친 일은 그 땅의 아들들에게도 닥 칠 것이니,
그들이 땅에다 침을 뱉으면 그것은 곧 자신에게 침을 뱉는 것과 같다.
땅이 인간에게 속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땅에 속하는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만물은 마치 한 가족을 맺어 주는 피와도 같이 맺어져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인간은 생명의 그물을 짜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 그물의 한 가닥에 불과하다.
그가 그 그물에 무슨 짓을 하든 그것은 곧 자신에게 하는 짓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종족을 위해 그대들이 마련해 준 곳으로 가라는 그대들의 제의를 고려해 보겠다.
우리는 떨어져서 평화롭게 살 것이다.
우리가 여생을 어디서 보낼 것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의 아이들은 그들의 아버지가 패배의 굴욕을 당하는 모습을 보았다.
우리의 전사들은 수치심에 사로잡혔으며 패배한 이후로 헛되이 나날을 보내면서
단 음식과 독한 술로 그들의 육신을 더럽히고 있다.
우리가 어디서 우리의 나머지 날들을 보낼 것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리 많은 날이 남아 있지도 않다.
몇 시간, 혹은 몇 번의 겨울이 더 지나가면 언젠가 이 땅에 살았거나 숲속에서 조그맣게 무리를 지어
지금도 살고 있는 위대한 부족의 자식들 중에 그 누구도 살아 남아서
한 때 그대들만큼이나 힘세고 희망에 넘쳤던 사람들의 무덤을 슬퍼해 줄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왜 우리 부족의 멸망을 슬퍼해야 하는가?
부족이란 인간들로 이루어져 있을 뿐 그 이상은 아니다.
인간들은 바다의 파도처럼 왔다가 간다.
자기네 하느님과 친구처럼 함께 걷고 이야기하는 백인들조차도 이 공통된 운명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결국 우리는 한 형제임을 알게 되리라.
[출처] 시애틀 추장의 편지 (숲생태아카데미 전문가과정) |작성자 솔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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